Grains/Wheat

밀가격 상승과 러시아 수출

그때 그때 2021. 11. 13.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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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지난해 겨울로 진입하기 전에 천연가스에 대해 매도 포지션을 선택하는 것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었다. 그때 날씨를 예측하기 어렵다고 이유를 달았었지만 또 다른 이유들이 있기도 했다고 했었다. 그중 하나가 중요한 공급 국가의 생산량이 오리무중에 있다는 점도 있다. 어느 나라인지 당연히 쉽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나라는 중요한 원유 공급국이기도 하다. 중동에 집중된 OPEC에 소속된 국가들 또한 이 국가의 영향권에 있다. 원유 공급을 그 국가가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영향 요인이지만 그 나라는 세계 최대 밀 국제 공급 국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러시아는 밀 수출에 대해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있는 일부 국가들은 서둘러 밀을 사들이기도 했다. 물론 이 블로그에서 항상 이야기 하지만 원자재 가격은 그것이 거래되고 있는 통화, 즉 달러의 영향을 받게 된다. 따라서 달러의 가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미국의 중앙은행의 정책과 그 원자재를 공급하는 중앙은행의 정책이 맞물리게 된다는 점은 항상 고려해 넣어야 한다.

 

러시아의 인플레이션은 안정된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는 여지가 별로 없다. 그런데 생각보다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의 발언은 강경하지 않다.(생각보다 말이다. 그리고 그녀가 취임할 때 국내 일부 언론은 무례한 수준을 넘어서는 비난까지 있었지만 현재까지 임무를 잘 수행해 오고 있다. 물론 국내 언론 수준과 정치 수준이 낮아서 벌어진 일이겠지만 당시 한국 정부의 경제 관료들 모두의 지식을 합쳐도 그녀보다는 낮은 수준이었을 것이다. 증명해 달라고 하면 증명해 주겠다. 스스로 감당이 가능하다면 말이다.) 왜 강경하지 않을까? 시선을 집중시키고 싶지 않을 수도 있다.

 

물론 위의 차트를 보면 상당히 힘들었던 임기를 보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최근 러시아 중앙은행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2019년 물가 상승에 대한 경고 발언을 쏟아내는 모습과는 결이 다르다. 생각보다 조용하다.

 

러시아는 밀의 중요한 국제 공급 국가이다. 그들의 정책과 그들을 둘러 싼 환경 변화가 많은 국가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있다. 이번주 러시아 농무부는 다음주 밀 수출 관세를 톤당 69.9달러에서 77.10달러로 조정한다고 했다. 이것이 정말 적용되고 있는지도 때로는 모호하지만 말이다.

 

아래 차트는 밀 선물거래량이 가장 많은 CBOT의 밀 12월물이다.

 

지난주 CBOT의 밀가격은 가파를 상승세를 보였었다. 이 가격대는 2012년 12월 이후 최고 가격대이다.

 

이전에도 설명했었지만 CBOT의 밀은 케이크나 스낵, 패스츄리, 크래커, 스낵 같은 곳에 사용되는 soft red winter wheat이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 재배면적도 넓은 밀이다. 반면 단백질이 조금 더 많이 함유된 빵제조에 많이 사용되는 hard red winter wheat은 KCBT에서 거래되고 있고 미국에서는 중서부 평원지역에서 재배되고 있다. 또 고품질의 빵이나 베이글, 파스타 같은 제품에 사용되는 단백질 함유가 가장 높은 spring wheat은 MGEX에서 거래되고 있다.

 

이들 거래소를 구분한 이유를 이전에도 설명했었는데 소비자들의 행동 때문이다.

 

우선 KCBT의 연경질 겨울밀 12웜물 가격을 보자.

 

그리고 MGEX의 봄밀 가격을 보자

 

이전에도 언급했었지만 CBOT의 밀은 다양한 소비자들이 참여하고 있다. 투기적인 목적을 갖고 있는 이들의 참여도도 높은 편이다. 그러나 KCBT의 경우 빵을 제조하는 제조사들이 참여하는 비중이 높은 편이다. 즉 KCBT의 거래자들(소비자들)은 제조업체로 경영활동에 따른 수익을 방어할 필요가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방어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밀가격 상승을 헤지할 필요가 있다는 말과 이런 경우 같아지는데 밀가격 상승을 헤지한다는 것은 KCBT로 달려가 밀을 사들인다는 뜻이 된다. 반면 밀가격이 하락하고 있을 경우 필요한 양만큼만 사들이면 되기 때문에 헤지 수요는 크게 감소할 것이다.

 

이런 개념을 가지고 각 시장들의 가격을 보면 밀가격을 어떻게 시장 참여자들이 예상하고 있는지를 알 수는 있을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위 차트는 KCBT와 CBOT의 밀 가격차이이다. KCBT의 밀이 글루텐이 높기에(단백질 함량이 높기에) 역사적으로 CBOT의 밀가격 보다 프리미엄(높은 가격)을 보여 왔었다. 그러나 최근 몇년 밀의 풍작은 밀가격을 하락시키고 이는 헤지 수요를 크게 떨어뜨렸을 것이고 CBOT의 밀이 프리미엄을 보이게 만들기도 했다. 물론 중동의 봄을 겪은 중동지역의 거래자들이 CBOT에서 수요를 늘렸을 수도 있고 한국과 같은 아시아 국가들에서 밀의 소비도 늘었기에 CBOT의 가격이 프리미엄을 보였을 수도 있다.(이 경우 더 싼밀을 수입하면서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한 사례가 될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2021년 여름부터 분위기는 완전히 반전되었다. KCBT의 가격이 CBOT의 가격보다 빠르게 상승하고 있음을 위 차트는 보여준다. 무슨 일인가? 앞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식당, 햄버거 체인 같은 곳에 빵을 공급하는 이들이 밀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여지가 커진 것이다. 밀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판단할 경우 빵제조업체들은 헤지를 하기때문에 매수를 강화하게 된다. 무엇을 가지고 이런 판단을 했는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소비가 급격히 늘것이라고 판단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밀을 많이 소비하는 국가들 인구가 급격히 상승하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급에서 문제가 생길 것이라 예측하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꼭 그렇게만 생각할 수는 없다. 이런 현상이 투기적인 활동의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투기자들은 충분히 이런 현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따라서 규제가 필요한 것인데 규제가 충분하지는 않다는 점은 계속 언급해 왔었다.(국내에서는 경제에 대해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경제를 좀 안다 정도로 평가되는 듯한데 이는 이미 백년전에 없어진 것이다. 백년전 지식을 현재 한국인들은 마치 최신인 것처럼 주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어쨌든 밀가격을 전망하기는 상당히 어려운 상태에 있다. 특히 밀의 주된 글로벌 공급국 중 하나인 러시아의 정책이 불분명하다. 이는 그들이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그들 독자적으로 글로벌 정책을 취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누군가와 보조를 맞추고 있는 듯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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