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태평양

카자흐스탄 은행들의 돌려막기 실패 : 자산과 부채 불일치

그때 그때 2017. 1. 8.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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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회사 A와 B가 있다고 하자, A는 돈을 빌리면서(채권을 발행하면서) 밤낮으로 열심히 일해 사업에 성공해 꼭 갚겠다는 약속을 하는데 반해 B는 돈을 빌리면서 우리가 일해 번돈으로 갚은 생각은 전혀 없고 갚을 때가서 봅시다라고 한다면 어느회사에 투자하겠는가? 


조금 예를 엉성하게 들었지만 B에 투자하는 것이 맞는데 어떤 회사들은 채권을 벌어서 갚을 생각으로 채권을 발행한다기 보다 그냥 장부상에 있는 수치로 자신들이 더 자본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음을 보여 주기 위해 돈을 빌리고 만기가 되어 그걸 갚을 때도 다시 빌려 갚는 방법을 쓰는데 경영상 적당한 부채를 유지하려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것. 2016년 현금을 쌓아 놓고 있는 것으로 유명한 애플이 채권을 발행했다는 보도가 있었고 그걸 또 자지주식 매입(Buy-back)에 사용했다고 한 걸 본 것 같은데... 여러 측면에서 고려된 경영 목표가 있었을 것.


그러나 건전한 회사들도 가끔은 돈을 빌릴때 멈칫해야 하는 순간이 있을 수도 있는데 자신이 벌어들이지 못하는 화폐로 빌리는 경우가 그러한 경우 중 하나일 것임. 트럼프 당선 이후 멕시코 페소(MXN)가 크게 하락했는데 멕시코에서 소비재, 방송 사업을하는 기업들이 몇년전 싼 맛에 달러를 가져다 쓴 것이 지금은 쓴 맛으로 바뀌고 있는 상태.       


달러 등의 기축통화 강세가 나오면 의례적으로 이를 우려하는 기사가 그런 통화를 가지지 못한 나라에서 나오는데 그 이유는 그간 빌려 온 돈을 갚는데 더 많은 자국화폐가 들어기 때문. 이는 흔히 자산과 부채의 통화 불일치에서 발생하는 문제.


이런 경영상의 조건을 완화 시켜 줄 수 있는 것이 또한 은행이란 존재인데 은행은 외화를 빌려주는 주체와 빌려 오는 회사 사이에서 회사들이 이런 통화가 일치하지 않는 문제를 직접 수수료를 받고 해결해 주는 것이 주된 업무이기도 함.(물론 금융위기 이후 이런 역할이 크게 줄었다고 보고는 있음.)


이렇게 보면 은행은 외화를 공급해주고 헤지하는 단순 기능인데 문제는 하나의 거래 기업만이 이런 거래를 하는 것이 아니라 여러 기업이 여러 건을 거래할 수도 있고 여러 기업이 거래를 하면서 빌려 주기도 빌려 오기도 하고 개인들도 그렇게 거래를 하는 것. 여기에 더해 은행이 외화를 빌려와 이를 가지고 통화를 국내에서 창출하기도 함. 이렇게 되면 많은 거래로 얽히게 되는데 은행은 가장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면서 받을 것과 줄것의 만기를 일치 시켜야 한다는 문제에 직면하게 됨.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일치시키는 일은 자산과 부채의 통화를 일치시키는 것만큼이나 중요하다고 하는데 한국은 이미 뼈절인 경험을 가지고 있는 아시아 외환위기에서 얻은 것이 그것. 정확한 수치는 모르겠지만 수출대금 몇개월치 정도 밖에 안되는 돈의 상환이 당장 불가능해져 많은 희생을 해야 했던 것.

 


가령, 공원 벤치에 앉아 있는데 지나가는 사람들이 길 옆에 있는 나무에 머리를 찧고 가는 걸 보고도 다음 사람이 다시 찧는 광경을 몇번 반복해 보면 이건 코미디가 되는데 이런 자산과 부채의 만기 통화 불일치로 위기가 계속 여러나라를 돌아가면서 반복되는 것은 기축통화국 입장에서는 은근 즐길 일 중 하나.(물론 금융위기 이후 아시아 국가들은 과거의 경험을 살려 자국 화폐로 부채를 쌓았기 때문에 과거와 같은 판에 박은 메커니즘이 작용하지만은 않을 것임.)




"지난 짧은 기간동안 소비 붐에 파이낸싱하기 위해 싼 외환 대출을 덮석받아들인 카작 은행들은 전세계적인 신용가뭄으로 크게 곤란해진 상태. 미국 서브프라임 위기 발생으로 이 국가의 은행들은 400억달러 이상의 부채를 쥔채 버려졌고 120억달러 정도의 부채의 만기는 올해(2008년)도래할 예정"


2008-03-10, Credit crisis shakes Kazakh banks  


금융위기 이전 카자흐스탄은 Wholesale 대출(성격상 비교적 단기 비중이 높은다고 봐야하는 금융시장)을 통해 파이낸싱된 신용 붐에 의해 건설업은 엄청나게 높은 성장세를 기록하였는데 이 대출은 주로 유럽에서 온 것. 2005년-2007년 사이 카자흐스탄 은행들은 GDP의 44% 정도의 외환을 차입했고 이 돈의 상당량을 건설업 같은 시장 환금성이 낮은(non-tradable)부문에 투자를 하였음. 2009년의 20%의 평가절하는 대출 서비스의 수요를 축소시키면서 문제를 더 복잡하게 만들었다고 IMF보고서는 언급함.


  

위의 파이낸셜 타임즈 기사에서는 카자흐스탄 은행들이 버려졌다고 표현을 했는데 그 기사에서는 왜 그런 표현을 썼는지는 설명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바로 유추가 가능한데 짧은 기간의 만기 대출을 받아 긴 기간의 건설업 및 모기지 대출을 내어주고 만기가 도래하면 다시 빌려와 갚는 카자흐스탄 은행들의 비즈니스 모델에서 빌려주는 이들이 위험을 직감하고 빌려주는 것을 끊어 버리면 갚은 길은 막막해지는데 이를 버려진 것으로 표현 한 듯.


카자흐스탄 정부는 은행 주주들의 자본금 납부와 해외 자산 매각을 조건으로 내걸었고 은행들은 건설 프로젝트와 모기지에 대한 대출을 중단했음.


카자흐스탄 은행 위기는 결국 대규모 조세(외환보유고) 투입으로 모두 일제히 주저 앉아버릴뻔한 위기는 4개 대형은행의 디폴트와 베일아웃으로 일단락되었음. 물론 위 기사에는 한국의 국민은행, 우리은행, 신한은행의 이름이 나오는데 KB금융지주 주식에 관심있는 분은 알겠지만 하나 건졌음.(CIS의 특혜, 자원부국 같은 것을 보고 인수했을 수도 있지만 외환 위기 직후 자기 이름 두자를 못지키고 사라진 은행이 많았는데 그런 일을 겪어본 은행이 불과 몇년이 지나지 않아 이런 걸 결정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닐 듯...)


카자흐스탄 은행들은 2015년에도 여전히 경영상황에 압박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부실채권(NPL)은 총 대출의 20%를 넘어섰다고 함.


2015-07-17, Kazakhstan : Banking sector risk 


2016-12-23, Kazakhstan said to weigh its biggest bank rescue since 2009


또한 최대은행인 Kazkommertsbank에 대한 카자흐스탄 중앙은행(NBK)의 유동성을 지원하기 위한 대출 4000억 텡게와 1.5조 텡게(45억달러) 긴급 자금 수혈이 들어갈 예정이라고 블룸버그는 2016년말 보도함. 이 은행이 지원을 받는 것이 최대은행일 뿐만 아니라 예전 3위 은행인 BTA를 정부로 부터 인수했기 때문이라는 것 같은데 결국 이 은행이 국가의 손으로 넘어갈 것이라 보는 것 같음.


앞에서 언급된 것처럼 멕시코의 일부 기업은 이미 코가 꿰어 있는 상태인 듯해 보이는 보도가 있는데 그러나 생각보다 이런 식의 단기자금의 유입과 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국가는 많이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앞으로 더 커보이는데 미국이 2016년 10월부로 이런 펀드에 대해 규제를 강화했기 때문. 즉 자금의 원천이 많이 줄게 되었다는 것. 때로는 핫머니라고 불리던 이들이 본국 송환되면서 최근 달러의 강세가 나타난 것으로 볼 수도 있음.


텡게(KZT)가 자주 나올 화폐는 아니라 이 부분에서 잠깐 집고 넘어가려하는데 이 나라 카자흐스탄 법에 텡게를 반출하지 못하도록 되어 있었는데 아직도 그러는지는 몰라도... 동전으로 제한?... 한때 이 법 덕택에 세관 공무원들의 공항 주머니 털기가 유명했기도 했음. 현 대통령(아주 아주 오래된 대통령)이 월급인상과 함께 비리에 대해 최고위급도 한방에 쳐내면서 없어진 듯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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