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락했다는 것은 모두 알고 있는 사실일 것임. 곡물도 예외는 아닌데 가장 크게 타격을 받은 것은 대두임. 중국은 미국으로 부터 미국에서 생산되는 대두의 1/4를 수입하고 있는데 미국이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나서면서 중국은 보복관세를 25% 매기겠다고 했음.(이글을 쓰고 있는 9일 중국은 국영업체들이 사들인 미국산 대두에 대해 관세를 환급하겠다고 했다는 보도도 있기는 함. 물론 극도로 단순하게 이 일련의 사태를 보게 되면 중국의 미국산 대두 수입 업체는 대두가격이 관세율 보다 낮아졌기에 그냥 수입해가서 관세를 내면 되는 것이고 중국정부는 늘어난 세금으로 미국에 높은 관세를 물고 수출하는 기업들에 보조금을 주면 끝날 수도 있는 일임. 당연히 이렇게 되면 미국 대두생산업자들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지만 미국 정부도 똑같이 보조금을 주면 끝날 일임. 그러나 실제는 아주 많이 더 복잡한데 대체시장이 존재한다는 것과 보조금을 남발할 수만은 없다는 것. 그리고 중국이 환율로 대응할 수도 있는데 이는 리스크가 아주 클 수 있어 조심스러워 해야 할 것임. 결과적으로 전세계 소비자들은 낮아진 원자재의 잇점을 볼 수 있을 수도 있음. 미국 중앙은행인 연준은 미국 인플레이션이 목표에 다다랐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크게 언급하고 있지 않은데 앞으로 더 인플레이션이 낮아질 여지가 없다고는 할 수 없음.) 어쨌든 미국산 대두의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조치는 대두가격 급락을 불러 올 이유가 충분했음. 그러나 또 다른 이유도 있어 보이기도 함.
지난해 3월 이 블로그에 미국 농민들의 대두와 옥수수의 파종에 대한 글(옥수수와 콩의 경쟁관계 : 파종의 결정)을 남겼는데 그곳에서 Corn-soybean ratio를 설명해 두었음. 그 개념을 통해 보면 최근 파종기간이 끝나가는 미국의 농부들은 옥수수를 심는 대신 대두를 더 많이 파종했을 것임. 앞의 링크의 글에서 설명했듯이 장기에 있어서 대두와 옥수수의 같은 가격에 대한 부셀 비율은 1:2.4정도 근처(가격으로 치면 2.4:1 아니면 2.2-2.5:1)이라고 했는데 이번 파종 결정기간에 11월물 대두 선물과 12월물 옥수수 선물이 비율을 넘어서서 대두가 옥수수보다 가격 우위가 나타났기 때문. 지난 2월 또 다른 대두 대량 수출 국가인 아르헨티나에서 가뭄 등이 대두가격을 끌어 올리는 영향을 미쳤음. 그리고 이런 가격대가 아래 챠트와 같이 지난 5월말까지 유지되었었음.(아르헨티나에서 가뭄은 둘째로 치더라도 제대로 파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보도도 있었음.)
이렇게 올라간 대두 가격은 옥수수와 가격차이를 벌여 놓았고 미국 농민들은 대두 파종을 더 늘릴 결정을 했을 가능성이 아주 높아지게 되었음. 추수가 다가 올 수록 미국에서 대두의 초과 공급이 예상되는 대목임. 파종기간이 끝나가는 시점에 대두가격이 급락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두 생산업자들이 크게 손해 보았다고 할 수는 없는데 파종이 결정되면 선물시장에서 매도 포지션을 취해 수익을 확정지었을 수도 있기 때문.(앞에 있는 글에서 언급했듯이 헤지는 한국의 어느 영화관업체와 같이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수익이나 손실을 확정지으려 하는 것임. 해당 한국 업체는 손실을 냈다고 했는데 터키 리라가 하락 했기 때문에 손실을 본 것이라는 점에서 미뤄본 것임.)
Corn-soybean ratio spread를 보면 아래와 같음. Tradingview의 챠트로 2018년 5월까지 이 비율이 2.4배를 넘어서 있음을 볼 수 있음.
따라서 대두의 급락은 대두시장이 공급과잉을 예상하면서 불안해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임. 한국에서도 Tiger 농산물선물, Kodex 콩선물, Kodex 3대농산물선물 ETF가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콩선물은 당연한 것이지만 다른 ETF들도 밀보다는 대두와 옥수수의 비중이 적지 않다는 것을 챠트를 보면 알 수 있을 것 같은데 아마 한국의 이 ETF 투자자들도 6월 급락에 대해 불안해 했을 것임. 물론 결과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것인데 중국이 수입을 다른 국가에서 하게 된다면 그곳에서 수입하던 이들은 미국산을 수입할 수도 있고 작물은 이제 겨우 자라기 시작하고 있는 중이기 때문. 물론 이 원자재 자체가 사람이 먹거나 사람의 식량이 되는 동물들을 먹이는 상품이라 급등하기를 바라는 것도 사람들에게 고통이 가해지는 걸 바라는 것처럼 보여 좀 그렇지만... 어쨌든 장담은 아직 하기 이른 시기임.
대두의 빠른 약세는 다른 주요 작물과 대비되고 있는데 바로 밀임.
지난해 11월 밀선물 시장에 대해 '밀 : 2017-18시즌 풍작과 가격'이라는 글을 남겼는데 그 글에 미국 밀 선물시장들의 특성이 언급되었음. 소프트 레드 겨울밀을 대표적 밀상품으로 하는 Chicago Board of Trade(CBOT)와 하드 레드 겨울밀을 대표적 밀상품으로 하는 Kansas City Board of Trade(KCBT)와 비중은 작지만 봄밀을 대표 밀상품으로 거래를 담당하고 있는 Minneapolis Grain Exchange(MGE)가 있다고 했었음.
거래되는 밀의 특성과 시장참여자의 성격이 다르기에 이들 시장간에는 '일물일가'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는다고도 언급했고 그 특성도 언급했었음.(같은 상품이 같은 가격에 거래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은 경우 아비트리지가 생기기 때문. 그러나 이들 밀선물시장은 일물일가의 원칙이 지켜지지 않을 이유가 있음.)
앞의 링크의 글에도 CBOT와 KCBT간의 가격 차이를 설명했었는데 2017년 밀의 풍작은 밀의 가격이 오르지 못할 것이라는 것을 두 거래소 간의 가격 스프레드가 보여주고 있다고 했었던 것 같음.
CBOT의 밀선물은 다른 거래소보다 거래자들이 많고 이들 거래자들은 투자자들일 수도 있고 외국인일 수도 있음. 반면 KCBT의 경우는 미국의 밀가루 사용업체인 빵 제조업체들의 헤지에 사용되고 있음. 따라서 거래량이 CBOT를 따라가지 못하며 KCBT의 거래자들은 헤지를 하기 위해 선물 거래를 한다는 점에서 밀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으면 그냥 매번 필요한 양을 사들이는 것으로 대응하는 것이 현명하기 때문에 헤지를 할 필요가 없어짐. 그러나 밀 가격이 상승하고 있으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헤지를 할 필요가 생김. 이는 선물의 가격과 거래량을 끌어 올리는 효과를 보이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음.
일반적으로 KCBT는 CBOT의 밀 선물 가격에 비해 부셀당 20-30센트 정도 프리미엄을 보이는데 이 프리미엄은 밀가격이 오르거나 하드 레드 겨울밀의 부족이 생기는 경우 더 벌어지고 2017년과 그 이전의 풍작과 같이 밀의 과잉 공급이 있는 경우 또는 가격이 하락하는 경우 역전현상이 나타나기도 함.(앞의 링크의 글은 이런 가격 역전현상에 대한 글이었음.)
2018년들어 KCBT의 밀선물 가격은 CBOT의 밀선물 가격에 비해 프리미엄을 보이면서 2017년 역전현상을 해소했는데 한때 35센트 이상 벌어졌기도 했음. 따라서 밀가격의 상승 가능성을 첨칠 수도 있었을 것임. 그러나 아래 챠트와 같이 6월 이후 이런 스프레드는 급격히 반전했는데 앞의 대두와 같이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분쟁이 계기가 되었음.
이런 역전현상은 CBOT의 밀가격이 하락하는 폭보다 KCBT의 밀가격이 하락하는 폭이 컸다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미국 내에서의 밀가격 전망이 더 좋지 못하다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를 남겼음. 그리고 아래 챠트와 같이 대두와는 다르게 CBOT의 밀이 6월 동안 큰 폭으로 급락을 보이지 않았는데 이유는 6월 USDA(미국 농무부)의 WASDE보고서에 있는 듯 보임. 2017년 러시아의 밀생산은 소비에트시절 이후 최대 생산량을 보였다고 이전 링크의 이 블로그 글에서 언급했는데 2018년 러시아의 밀 생산이 전년대비 19%정도 하락할 수 있다고 USDA보고서는 보았고 이것이 시장에 영향을 미쳤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는 듯 보임.
위의 챠트의 밀 가격에서 볼 수 있듯이 6월말까지의 밀 가격 하락은 폭이 크지 않았고 2018년 2-3월 가격에 의해 지지를 받았음. USDA WASDE보고서의 밀생산은 아직 다소 편차를 보일 수 있는 예측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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