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원전이라는 단어가 섞인 뉴스를 우연히 보았다. 그것이 가능한 뉴스거리인지 모르겠다. 일단 북한에 대해 제재를 가하고 있는 국가가 미국이다. 그들은 심지어 석탄 운송 화물선 한척의 움직임도 파악하고 이리 저리 화물을 옮겨 싣는 것도 상세히 알고 있는 사람들인데 그들의 허락없이 원전 건설이 가능한가? 그리고 한국인들은 자신들을 과대 평가하는 것인가? 한국은 외국의 도움없이 원전은 커녕 석탄화력발전소도 건설할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어찌된 뉴스인지 모르겠다. 물론 발전소는 아니어도 보일러는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발전소 관련 핵심 기술을 한국은 가지고 있지 않다.(물론 최근 한국의 한 기업이 터빈 개발을 발표하기도 했지만 테스트가 끝났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대충 가져다 맞춘 것 같아 보인다.
유가도 일단 대충 가져다 맞춰보자. 원유 수입에 있어서 내로라고 하는 중국이 다시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다. 중국 정부는 춘절에도 중국인들의 이동을 자제시키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이는 유가에는 아주 큰 악재다. 현재 가장 자동차를 많이 생산하고 팔고 있는 국가가 중국인데 중국이 이동 자제에 놓이게 된다면 그렇지 않아도 미국, 유럽, 아시아 여타 국가가 코로나와 싸우고 있고 석유제품 수요를 억제시키고 있는데 중국마져 그렇게 된다는 것은 유가에 조금이라도 희망을 볼 수 없게 만들어 주고 있다. 반면 사우디 아라비아는 1월초 적극적인 감산을 선언했다. 아랍 산유 국가들이 재정 압박을 낮은 유가와 경제 둔화로 심하게 받고 있는 상태에서 감산에 회의적인 모습을 보이게 되었고 지난 OPEC+회의는 쉽게 결론을 내지 못했었는데 사우디는 적극 감산에 나섰다. 이제 백신이 어느 정도 공급되면서 다시 예전의 경제활동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기대와 함께 사우디의 감산과 공급 축소는 1월초 유가를 크게 끌어 올렸다.
이렇게 보면 유가는 제목처럼 현실과 기대가 타협한 상태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대라는 단어 뒤에는 불안이 존재한다.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하고 캐나다와 미국을 연결하는 파이프라인 건설을 중단시켰다. 물론 현재 많은 송유관과 가스 파이프라인이 두 국가간에 놓여 있다. 따라서 관련 행정명령은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이 파이프라인은 중(重)질유를 수입해 오는 관이다. 예전에 베네수엘라는 산유국인데 왜 미국의 제재로 연료가격이 급등하고 모자라는지를 설명한 적이 있다. 일부 언론에서는 외국 특정 언론의 글을 그대로 옮겨 적으면서 베네수엘라 내부의 문제로 몰아갔지만 그런 측면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베네수엘라는 미국에 많은 원유를 수출하던 국가였다. 그리고 미국산 원유를 많이 수입하던 나라이기도 했다. 미국산 경질유 가공물을 수입해 자국산 원유를 블랜딩해야 정제된 제품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도 같은 입장에 있었는데 미국 정유사들(복합 정유사)의 설비가 중질유 설비를 많이 갖추고 있어 베네수엘라산 원유를 필요로 했다. 그러나 미국은 캐나다라는 또 다른 산유국(특히, 오일샌드)을 가지고 있고 캐나다로 부터의 수입은 베네수엘라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게 만들어 주었다. 또 멕시코도 역시 미국에는 필요한 원유 공급처이기도 했다. 이런 점들은 미국이 중동산 원유를 크게 필요로 하지 않게 만들어 주고 있기도 한데 지난 1월초 미국은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한주간 한방울의 원유도 구매하지 않았다고 뉴스가 나오기도 했다.
멕시코의 경우 자국내 정유 설비를 최근 확충해 오고 있었다. 따라서 멕시코의 미국으로의 수출은 감소할 가능성이 있지만 미국은 여전히 캐나다라는 큰 수입기지를 가지고 있다.
반면 사우디 아라비아의 결정은 일단 북서 유럽과 지중해 정유사들에게는 부담이 되고 있다. 그간 중동과 러시아 생산자들로 부터 중질유 매입은 이들 정유사의 원유 매입 비중에서 큰 편이었으나 사우디의 2월부터 공급 축소와 러시아의 2월부터 공급 축소는 이들 정유사들이 가용할 수 있는 원유가 줄어든다는 부담을 주고 있다. 1월 OPEC+회의에서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의 생산량을 늘릴 것이라고 했었는데 러시아는 이를 늘림과 함께 자국 정유사들에 대한 공급 확대로 방향을 선회했다. 따라서 2월 유럽의 정유사들은 사우디와 러시아로 부터 25-30%정도 줄어든 양을 공급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고 한다. 유럽 정유사들은 이에 대체 공급지를 물색하고 있고 여기에 카자흐스탄(CPC블랜드)이 포함되어 있다.(카자흐스탄은 중앙아시아 내륙에 위치해 있고 원유 공급 파이프라인은 카프카스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이라크의 Basrah(바스라, 국제 뉴스를 관심있게 보는 분들은 이 이름을 많이 들어왔을 것이다.) 3개 등급이 대체될 수 있다고 보고 있고 바스라 유전은 1월 8백만 배럴에서 2월 1천8백만 배럴로 생산량을 늘릴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또 지중해 정유사에서는 좀더 라이트한 원유지만 여전히 중질에 가까운 리비아의 Es Sider 등급으로 눈을 돌리고 있다.
중질유의 가격이, 몇달전보다, 경질유에 비해 1월 약간 강세를 보이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아래 차트는 NYMEX의 WTI 3월물과 두바이유(미니) 3월물이다.
다음주는 OPEC+회의가 있다. 많은 중동 산유국들이 재정부족과 경제 부양 필요성 때문에 증산을 필요로 하고 있는 상황이 1월과 달라진 것이 없기에 회의는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할 것이라 예측된다고 한다. 또 다른 문제가 전개되고 있기도 한데 리비아는 동부의 Waha 유전에서 원유를 수송하는 수송관 복구를 1월 마치면서 공급을 확대할 여력을 갖게 되었다. Es Sider 터미널로 연결하는 이 수송관(파이프라인)은 하루 20만 배럴을 수송할 수 잇고 Waha 유전의 생산량은 30만 bpd이다. 그러나 이 수송관과 Es Sider터미널은 1월 해결하지 않은 문제를 아직 가지고 있다. 과거 전쟁 당시 유전을 보존하던 무장세력인 Petroleum Facilities Guard(PFG)라고 불리는 이들이 임금 미지급을 이유로 터미널 수송을 중단시킬 수 있다는 통첩을 해 온 것이 지난 1월 초였다. 시한이 24일로 잡혀 있었고 그간 이런 임금문제는 이내 해결되었었던 것에 반해 이번에는 좀 길어지고 있다. 또 시한도 24일로 잡혀 있던 것에서 열흘이라는 시간을 더 주었다. 그리고 트리폴리에 가까운 Zawiya 정유 설비에 있는 다른 단체 구성원들도 밀린 임금을 문제삼아 2월초 설비를 중단시킬 수 있다는 통첩을 해왔다고 한다.
원유를 정제하는 정유사들의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제품 공급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벤트가 다음 한주 동안 진행될 예정이다. 물론 또 길어질 수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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