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이전글("금의 수요와 공급")에서 금의 공급은 2군데 원천에서 3가지 루트로 이뤄진다고 했는데 원천은 금 광산과 재생 금(재활용 금)이며 여기서 금 광산은 2가지 루트로 공급을 하는데 하나는 생산된 금의 공급과 다른 하나는 파생상품으로서 생산자의 헤징 공급이라 하였음.
이 글에서는 생산자 헤징 공급의 대표적인 실패 사례를 보고자 하는 것.
먼저 생산자들이 파생상품 시장에서 헤징을 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생산한 상품(원자재)의 미래 가격이 불투명한 상태에서 가까운 미래의 수익을 확정 짓거나 미래에 예상되는 수익보다 조금 더 수익을 얻기 위함임. 가령 예를 들어 보면 원유 채굴업체가 미래의 유가가 불확실하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1개월 후 생산될 원유를 현재의 선물(선도)시장에서 매도로 대응하면 1개월 후 유가가 떨어져도 이미 매도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단기 유가하락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하고 수익을 유지할 수 있게 됨. 반면 유가가 오른다면 그 만큼의 이익은 포기하는 것.
몇년전 미국 원유생산업자들의 대규모 원유 파생상품 매도행진이 있었고 이후 유가는 급락하면서 러시아, 남미국가, 중동 등 산유국의 재정과 환을 크게 압박했었음. 만약 미국 원유 생산자들(특히 셰일)의 이런 대규모 매도가 없었다면 연준은 금리를 이후 올리는데 아주 큰 부담을 가졌을 것으로 추측할 수도 있음.(셰일업자들을 그 기간 동안 살려두는 역할을 한 것이고 비용을 낮추는 시간을 벌어 준 것.) 이런 파생상품 거래의 생산자(Producers)에 대칭되는 거래상대방은 보통 Speculators라 하고 은행 등임. 생산자가 매도를 하면 누군가는 사줘야 하는데 그들이 Speculators이고 그들은 미국 원유시장의 예의 경우 생산자의 채권을 들고 있는 이들로 추정할 수 있을 것 같아 보임.(당시 블룸버그는 역대 최대 speculators 포지션이었다고 보도한 적 있음.- 이는 다른 말로 하면 역대 최대 producers 매도가 있었다는 것.)
물론 원유 생산업자만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니라 농산물, 금속 등 많은 생산업자들이 이렇게 헤지를 할 수 있고 또 정유업자들도 원유를 사들여 석유제품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이렇게 헤지를 하면서 Crack spread를 확정짓기도 함.(앞의 링크에서 설명이 파생상품 사용으로 나오는데 파생상품을 사용하지 않아도 존재하는 스프레드임.)
앞의 "금의 수요와 공급"에서 1997년 스위스 중앙은행을 잠깐 언급했는데 그와 관련된 이야기가 이 글이기 때문.
1999년 9월 26일 일요일 15개 유럽 중앙은행들은 앞으로 5년 동안 중앙은행들이 공식적으로 보유한 금 보유고에서 금의 판매를 줄이겠다는 깜짝 발표를 했음. 이에 1999년 9월 마지막주 금값은 11달러나 오르면서 281.1달러/온스로 크게 뛰어 오름. 앞의 챠트에서 보면 알 수 있지만 유럽 중앙은행들의 시장 매도는 금값을 하락시키는 주요 원인이었음. 1999년 5월 시장이 바닥으로 내달리게 한 것은 영국이 보유고에서 415톤의 금을 팔겠다고 나선 것이 원인.
유럽 중앙은행들의 금매도 일시 중단은 금광업체에는 희소식이었을 것. 그리고 시장도 바로 반응했는데 앞의 챠트에서 보듯이 너무 과도한 반응처럼 나타났었다 함. 1999년 8월 20년 저점이 252달러/온스에서 10월 6일 장중 362.25/온스로 크게 상승한 것. 기대하지 않았던 금값의 상승은 대부분의 금광회사의 가치로 환산되었을 것. 그러나 이런 금값의 상승이 역대 이름을 계속 남길만한 계기가 되는 회사가 있었는데 아프리가 가나의 Ashanti Goldfield(이하 아샨티).
아샨티는 이 일이 있기 이전 5년동안 가나, 기니, 짐바브웨에서 금광(기업)을 획득하면서 자산을 크게 늘려갔고 아프리카 최고의 금광회사로 포지셔닝을 해가고 있었다고 함. 그러나 이 자산매입 배경에는 재무적인 상황이 고려되어 있었다고 함. 유동성이 나빴던 아산티는 재무 상태를 보강하기 위해 다른 회사를 인수합병했다고 보는 이들도 있음.(이런 예를 최근 중국 기업들의 외국 기업 인수에서 볼 수 있음.)
결국 아샨티는 자신의 지분을 다량 보유한 다른 금광과 합병을 당시 추진하고 있었는데 금값의 상승이 아샨티에는 가장 좋지 못한 시기에 온 것. 금값의 상승과 아샨티의 불안한 상황이 주가에 나쁜 영향을 미쳤고 아샨티는 마진콜을 댈만한 유동성을 가지지 못했고 그 이유도 포함되어서 투자자들은 아샨티를 기피하게 되어 주가는 순식간에 50%의 하락을 불러왔음.(1999년 1월 10.69달러에서 1999년 10월 6일 12개월 저점 3달러로 하락.) 이로 인해 인수합병계획은 물건너 가게됨.
잠깐 마진콜이라는 말이 나왔는데 아샨티가 크게 무너진 이유는 파생상품시장에서 헤지를 했기 때문.
아샨티는 2,300만 온스의 금 매장량(Reserve)를 가졌었다고 하는데 금값이 하락하자 이를 헤지하여 하락 위험에 대한 익스포져를 줄이고자 금선도 매도 계약을 체결하고 포지션을 가격이 떨어지면서 지속적으로 확대했다고 함. 무려 1,100만 온스에 대해 숏포지션을 잡은 것. 이로 인한 수익은 약 2억9000만달러를 기록했다고도 함. 문제는 앞에서 쓴 것처럼 뜻하지 않은 금값 상승이 이어졌고 그것도 아주 짧은 기간 강하게 상승했는데 이로 인한 손실이 4억 5000만달러 정도라고 함.(1999년 10월 8일 기준으로는 5억7000만 달러라고 하는 곳도 있음.)
이렇게 된 마당에 아샨티가 가장 바래야 할 것은 자신들이 금을 생산해 이를 현물로 계약상대자에게 배달해 주는 것. 이뤄졌을까? 당연히 이뤄지지 않았음. 아샨티의 생산량은 1998년 170만 온스였고 1999년 탄자니아 Geita 금광이 운영되기 시작하면서 200만 온스로 증가되었지만 숏포지션이 너무 컸음. 그러나 이것이 문제였기 보다는 계약상 17개사의 거래상대방(은행들이었다고 함.)은 이행보증금(margin call)을 요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그 금액이 1억5000만달러(10월 8일 기준으로는 2억7000만달러라고 하는데도 있음.)였음. 거래 상대방들이 이를 요구하고 나섰는데 아샨티는 이를 지급할 유동성이 없었던 것.
이를 서방측에서는 가나의 국가 위험을 떠 안는다는 것은 큰 부담이라고 해석함. 결국 아샨티는 마진콜을 충족시키지 못했고 그로 인해 탄자니아 금광을 넘겼고 주주들의 지분마져도 희석되었음.
이 헤지의 가장 큰 문제는 과대헤지라는 것. 아샨티는 리스크 익스포져에 대해 헤지를 한 것이 아니라 투기를 한 것임. 궁금해서 찾아 보니 가나 정부는 아샨티 경영자를 처벌하지 않았다고 함.
'Metal > Precious Metals'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백금(플레티넘)과 금, 팔라듐의 가격차 (0) | 2018.09.09 |
---|---|
2018년 상반기 금 가격과 달러 인덱스 (0) | 2018.07.29 |
달러와 금 그리고 귀금속 (0) | 2017.10.01 |
인도의 금수요에 대한 엇갈린 전망 (0) | 2017.04.11 |
금의 수요와 공급 (0) | 2017.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