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rgy/원유 및 가스

2020년 3월 유가 폭락과 천연가스

그때 그때 2020. 3. 16.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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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인가 아니면 올해들어서면서 유가와 정유주에 대한 글을 남긴 기억이 있다. 관련 업체들의 주식은 유가상승 속도를 따르지 못하기도 했고 원유가격이 조정을 받을 때 일부 기업의 주식은 더 좋지 않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크랙스프레드로 정유주들이 오르지 못할 이유가 있다고 설명하기도 했는데 탐사를 겸하고 있는 우량 기업들의 주식도 그랬던 모습에서 유가가 반드시 희망적이지 못했다는 것을 집어낸 사람들도 있었을지 모르겠다.

 

3월 6일 OPEC는 추가적인 감산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유가폭락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날 이후 유가는 폭락을 보였는데 이번 폭락 이전 유가는 미국과 이란의 긴장이 해소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한 1월8일부터 하락세를 보여 왔었다. 지난 6일 이전인 3월 3일 이미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시장에 자리잡은 공포를 안정시키고자 연준은 긴급히 금리를 낮췄다.(15일 연준은 FOMC를 몇일 앞두고 또 다시 금리를 낮췄다.) 연준뿐만아니라 ECB도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있었고 다른 중앙은행과 많은 국가들의 정부가 경제 둔화를 우려하면서 부양책을 고심하거나 내놓는 조치를 취하고 있었던 시기였다. 이런 시기에 개최되는 OPEC회의에 대한 기대감은 경제 둔화에 대응하기 위해 추가적인 감산이 있을 것이라는데 몰리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이 예상은 크게 빗나갔다. 2019년 마지막회의에서 OPEC는 유가를 지지하기 위해 추가적인 감산을 단행했었고 아람코 주식을 자국 증권시장에 상장한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런 약속 이행이 가능하도록 추가적인 부담을 질 수도 있음을 밝혔었다. 이번 3월 5일 회의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150만bpd의 추가적인 감산 계획안을 쥐고 회의에 들어갔지만 러시아는 50만bpd 이상에는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가지고 있었다. 지난해도 러시아는 감산에 크게 동의하는 모습은 아니었는데 3월 6일 OPEC+회의에서도 그런 입장은 유지되었고 결국 회담은 결렬되었다.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쿼터를 폐기해 버렸고 시장에 원유를 쏟아냈다. 

 

발병과 경제활동 둔화로 글로벌 원유 시장의 수요가 약화되는 시점에 이런 반전이 이뤄졌다는 것과 그에 그치지 않고 시장에 원유를 쏟아내는 결정은 고의적이라고 판단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2015년말-16년초로 기억되는데 유가 급락을 불러 온 넘치는 공급은 중동이 미국의 셰일기업을 견제하려는 의도로 부터 출발한 것일 수도 있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로직이 작용할 수 있어 보인다. 미국은 선거가 있고 민주당의 유력 후보들은 '그린'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는 점도 고려에 들어간 듯해 보이기도 한다. 2016년 미국의 셰일기업들의 활동은 당시 크게 약화되기도 했는데 반대로 중동의 정부들도 크게 재정에 타격을 받기도 했었다. 오만의 경우는 아직 그때의 여파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이번 OPEC회의 결과로 한주간 유가는 2018년 12월 저점인 배럴당 42.36달러 2017년 6월 저점인 42.06달러뿐만아니라 2016년 8월 저점 29.19달러 모두를 한꺼번에 깨고 밑으로 내려갔다. 이는 아래 챠트와 같이 2016년 3월 이래 최저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반면 거시경제관련 블로그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같은 기간 천연가스는 원유시장과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래 챠트에서 볼 수 있듯이 유가가 급락하는 동안 천연가스 가격은 그간의 하락압력을 이겨내고 반등하는 듯한 모습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그 이유를 개인적으로는 그간의 투기자들이 지니고 있었던 포지션의 정리때문일 것이라고 추정했었다. 그간 선물시장에서 투기자들은 원유 매수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었고 천연가스는 매도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었다. IEA의 데이터로는 미국의 최근 원유 생산량이 13.1백만bpd로 역대 고점에 있었는데 이런 추가적인 공급에 대해 OPEC는 감산으로 대응해왔었다. 그러나 천연가스의 경우 지난 겨울 따뜻한 날씨로 인해 미국의 비축은 전년대비 63.8%나 증가해 있었고 5년 이동평균 기준으로도 12.5%나 증가해 있었다. 

 

  

원유시장은 중동의 불안적인 요인을 가지고 있었고 OPEC가 감산을 하면서 가격을 지지해 주었지만 천연가스 시장은 그런 가격을 지지해 줄만한 요인이 별로 없었기에 투기자들의 포지션이 어떻게 보면 합리적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발병과 경제둔화로 인한 원유 수요 약화와 함께 원유 공급 확대는 유가를 폭락시켰고 투기자들이 보유하고 있던 포지션을 정리하게 만들었을 수도 있다. 리스크 회피적인 경향이 갑자기 강화되면서 천연가스 매도 포지션도 같이 정리되면서 천연가스 가격이 다른 원자재와는 다르게 견실한 모습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이제 환경이 바뀌게 되었는데 유가의 급락은 2016년과 비슷하게 중동 국가들에 재정적인 타격을 입힐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의 원유 생산량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을 것이다.(이는 셰일 기업들에 대해 언급할 때 종종 언급했던 내용이기도 함.) 많은 셰일 기업들은 정크등급인데 그런 기업들뿐만아니라 투자등급에 있는 일부 생산자들의 채권도 70센트에서 거래되고 있다는 뉴스가 나왔다. 이런 기업들마져도 투자를 억제해야 하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투자억제는 생산량을 줄이게 만들 것이고 원유 공급에 영향을 미치게 될 수도 있다. 그뿐만 아니라 천연가스의 가격을 억누르고 있던 충분한 공급은 이제 억제되는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유가는 글로벌 수요와 공급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있지만 NYMEX의 천연가스는 미국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 결정되는 경향이 훨씬 더 강하다. 미국의 여름 날씨 또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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