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ergy/원유 및 가스

MGRM의 헤지 실패

그때 그때 2017. 12. 31. 00:08
반응형

바로 앞글에서 헤지를 특정위험의 전가라고 했는데 항공사를 예를 들어 보면 항공사의 상당한 비용이 연료값에 의해 발생하게 되고 유가가 상승하면 정유사들은 항공유, 가솔린, 난방유를 포함하는 석유제품의 가격을 올리기에 항공사는 유가상승에 위험이 노출되어 있는 것을 알 수 있음. 반면 정유사들은 유가가 상승하는 경우 이전 달 사들인 싼 원유로 다음 달 더 높은 가격에 석유제품을 팔기 때문에 유가상승은 호재일 수 있는데 반해 유가가 하락하는 경우 리스크가 커질 수 있음.


항공사의 경우 유가에 대한 리스크에 대한 경영 전략을 다음과 같이 수립할 수 있는데

  • 아무 것도 하지 않는다 : 이 경우 유가 하락에는 경영환경이 유리하고 유가 상승에는 불리해 질 수 있음.
  • 원유(연료) 선도(선물)를 구매한다 : 이는 비용을 고정시키게 되는데 유가가 상승 또는 하락에 관계없이 비용이 고정됨. 이 경우를 앞에서 보았는데 유가 상승은 헤지되지만 유가 하락은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경쟁자에 대해 비용이 높아지는 불리함을 가지고 있음. 
  • 원유(연료) 콜옵션을 매입한다 : 옵션은 유가의 변동성에 크게 좌우되는데 유가가 상승하면 콜옵션을 행사하면 되고 유가가 하락하면 옵션을 포기해 버리면 됨. 따라서 계약금(옵션 프리미엄) 손실로만 끝나게 됨. 따라서 유가가 크게 움직여 옵션프리미엄을 상쇄해 주면 고마운 일.
  • 원유(연료) 풋옵션을 판다 : 옵션 프리미엄을 받기 때문에 유가의 변동성이 낮은 상태가 가장 유리한 상태가 되고 유가가 크게 변동하는 경우는 다른 얘기가 되는데 유가가 상승하는 경우에 대한 헤지가 크게 되지 않아 본연의 리스크가 그대로 드러나게 되고 하락하는 경우 수익은 프리미엄에 그치게 됨.

앞의 항공사의 예에서 선도와 선물을 한꺼번에 묶었는데 둘은 조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음. 바로 앞의 글에서 잠깐 언급하고 넘어간 것으로 선도의 경우 계약자의 계약불이행 리스크가 존재한다고 했는데 선물의 경우 이 리스크가 상대적으로 훨씬 작음. 이유는 선물은 거래소가 중계하기 때문인데 이로 인해 선물의 경우 매번 정산해야 하는 문제가 별도로 있게 됨. 바로 이 리스크를 MGRM(독일 기업 메탈게젤샤프트(Metallgesellschaft, MG)의 미국 자회사 MG리파이낸싱 앤드 마케팅)의 사례가 보여 주고 있음.(유튜브(영어)에도 사례가 있는 듯.) 


1991년부터 1993년까지 MGRM은 미국에서 사업을 확장하면서 일반 석유제품 리테일러들인 고객에게 미리 합의한 가격에 석유제품(가솔린, 난방유 등)을 파는 장기계약을 체결했음. 5년 또는 10년 동안 고정된 가격을 받고 제품을 팔기로 한 것이었는데 MGRM이 노출된 리스크는 유가 상승임. 따라서 헤지가 필요했고 MGRM은 선물계약과 선도구매 및 스왑을 통해 리스크를 헤지했다고 함.


1993년 MGRM의 고객과의 계약에 따른 원유 포지션은 1억5,000만 배럴을 초과했다고 함. 이중 5,500만 배럴 정도의 포지션은 NYMEX의 WTI 원유선물로 헤지했고 1억-1억1,000만 배렬은 스왑과 선도로 헤지하였다고 함.


선물계약을 통한 헤지가 이 단계에서 하나의 문제가 되었는데 장기물의 경우 유동성이 떨어지기에 MGRM은 유동성(거래량이 많은)이 좋은 근월물(1개월물)을 선택해 헤지하는 스택헤징 전략을 선택하는 것이었음.(스택헤징(Stack hedging)는 MGRM처럼 모든 헤지대상을 근월물에 헤지하고 다음달이 되면 필요한만큼 다시 근월물에 헤지하는 전략인데 이와는 다르게 스트립 헤징(Strip Hedging)이 있음. 스트립 헤징은 장기간에 걸쳐 있는 각각의 이행 시기를 가지고 있는 계약에 일일이 그 만기와 물량을 맞춘 파생상품으로 헤지하는 것을 말함) 따라서 MGRM은 고객에게 배달하는 만큼 매월 차감된 양에 대해 헤지를 하고 있었음. 여기서 발생한 문제가 대규모의 물량을 매월 갱신해야 하는데 시장에서의 거래자들 중 이를 모르는 이들이 거의 없었기에 갱신이 갈수록 어려워지기도 했다고 함. 그래도 이 헤지는 교과서적인 헤지로 평가되었다고 하는데 유가가 오르면 MGRM은 고객들과의 거래에서 손실을 보지만 헤지 파생거래에서 이익을 봄으로써 손실을 상쇄하게 설계되었고 유가가 하락하면 파생거래에서의 손실이 고객들과의 거래에서의 이익 확대로 상쇄되게 설계되었던 것.


이런 MGRM의 스택헤지 전략은 백워데이션(현물가격>선물가격)과 관련된 이익 전략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는 콘탱고(현물가격<선물가격)의 상태에서는 리스크가 추가되는 전략이 됨. 즉, 계약을 갱신할 때마다 MGRM은 백워데이션 상황에서는 비용을 낮춰주는 효과가 생기게 됨. 백워데이션과 콘탱고가 시장에서 거래에 따라 기술적으로 발생하게 되는데 때로는 유가가 강하게 하락하면 콘탱고가 발생하게 됨.(원자재의 경우 현재로 부터 인도일이 멀어질 수록 보관비용이 들기에 콘탱고를 보인다고 설명하기도 함.)



1993년 유가가 급락하고 선물시장에서는 콘탱고가 발생했음. 이로 인해 MGRM은 유가하락에 따른 정산금액(마진콜)과 콘탱고로 인한 롤오버 비용이 발생하게 되는데 대량 선물 포지션에 따른 마진콜 등으로 필요한 현금은 10억달러였다고 함. 물론 MGRM은 이 손실을 석유제품 판매 수익(유가가 낮아져서 수익은 더 커짐)으로 상쇄할 수 있었는데 문제는 수익은 앞으로 5년이나 10년이 지나야 들어온다는 것이었음. 즉, 당장 내야할 현금이 없었음. 바로 앞글에서 보았듯이 파생상품 거래 중 선도거래는 거래가 지속되는 기간 동안(만기까지) 평가상 손실과 이익이 발생하지만 선물은 그렇지 않은데 매번 마진콜을 정산해야만 하는 것.  


MGRM의 사례는 앞 글에 있는 한국의 조선사들과 결과가 회계상으로는 같아졌는데 MGRM은 파생상품에 대한 평가손실을 장부상 인식하지만 고객들과의 장기계약에서 발생한 계약이행에 따른 평가이익은 장부상 인식하지 못했던 것이 장부상 손실의 원인이기도 했지만 한국의 조선사들은 선도계약을 사용했고 MGRM은 선물시장을 사용했기에 실제에 있어서 전혀 다른 문제인 즉각 납부해야 하는 현금부족이 MGRM에는 발생한 것.


MGRM은 배럴당 20달러에 조달했던 제품을 고객들과의 거래에서 배럴당 23달러로 계약했다고 하는데 실제로 상당한 이익을 거두었지만 현금부족으로 파산 직전에 도달한 것. 모기업인 메탈게젤샤프트의 주주들인 도이치방크, 카타르 투자청, 트레스터 뱅크 등은 구제금융을 투입하고 난 후 MGRM을 살려 매각해 MGRM은 현재도 존속기업으로 남아 있음. 이 과정에서 이해할 수 없는 컨설팅 결과가 있었다고 하는데 MGRM이 들고 있는 선물 계약을 취소하게 했는데 이는 결과적으로 손실을 확정하게 하는 것이 문제였고 대규모 거래를 청산하는 것을 모를 사람이 없는 상황에서 청산을 하게 한 것도 문제였음. 이후 유가가 올랐기에 더욱 이상한 것이 되는데 MGRM의 헤지는 기본적으로는 유가 상승에 대한 헤지였음. 또 MGRM의 고객들에게 계약을 해지할 때 부과해야 할 해약금을 낮춰 쉽게 계약을 해약할 수 있게 해 주었다고 함. 무조건 손실을 확정짓게 한 것.


교과서적이라고 할 수 있는 MGRM의 헤지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베이시스 리스크(콘탱고에 의한 리스크), 트레이딩 리스크(대규모 포지션에 의한 리스크) 뿐만 아니라 자금조달 리스크(마진콜에 의해 필요한 현금)이 있었다는 것이 간과되었는데 바로 이 MGRM의 사례가 헤지에서의 리스크에 전문가, 학자들이 몰두하는 계기가 되었다고도 함.

반응형